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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로그 #1]아프니까 뜨개질 한다./뜨개질을 해야만 하는 이유/통증 때문에 힘들때 필요한 책 추천(고통의 비밀)

뜨개 일상

by 여유당 약사언니 2024. 2. 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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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할 줄 알았지만 이제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엄마의 현란한 뜨개질을 보면서도 나는 이런거 안할거야! 라며 장담했지...
너무 여성스러운거잖아. 그래서 별로야.

그러나 몇십년이 지나 책 한권이 생각을 바꿨다.
책  한권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바로 내 경우이다.
뜨개질을 너무나 여성스럽고 차분한 여성들의 단순한, 시간 보내기용 수작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던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뀐 것이다.
 

 
 
 

나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알 수 없는 신경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병원도 가고 약도 먹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힘들었다.
나는 뭔가 해결책이 필요할 때면 기도하고 책을 읽는다.
 
나보다 지식과 경험, 지혜가 많은 이들의 지식과 경험, 지혜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위로 받았고 나의 현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나에게 와 닿았던 내용을 소개해 보면,
 


통증은 우리의 뇌가 우리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때로는 물리적 손상이 아닌 심리적, 사회적 요소가 우리 뇌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인해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가 과잉 반응을 보여서 우리 몸에 손상이 없는데도 통증을 일으킨다.
통증을 과잉 충성하는 반려견이나 과잉 대응하는 경찰쯤으로 생각해도 좋다.
특히 고질적인 만성 통증은 뇌의 과잉 보호가 원인일 때가 많다.
 
통증으로 삶이 힘들 때조차 통증은 ‘항상’ 우리 몸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만성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나아가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첫걸음이다.


 

 
심리적 불안감이나 걱정,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나의 뇌는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과잉 대응, 과잉 보호로 통증을 일으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통증은 내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내가 느끼는 이런 통증들이 나를 너무나 아끼고 보호하고 싶은 나의 사랑스런 뇌의 과잉보호라면 나의 뇌를 진정시키고 안심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심리적, 사회적 만성통증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들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그 해법들 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갔던 것은 그동안 전혀 관심 밖에 있었던 '뜨개질'에 대한 내용이었다.
 

 

뜨개질할 때 이루어지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은, 정서 안정과 진통 효과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한다.

'뜨개질 방정식'은 '뜨개질=운동+풍부한 자극+사회적 참여'이다. 

뜨개질은 집중력과 협응성이 요구되고 시각 입력에 의지해야 하는 양측성 운동은 뇌 회로의 재구성을 돕는다.

뜨개질은 다른 사람이 침범하지 못하는, 그 안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인 개인 영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뜨개질바늘과 털실이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안전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뜨개질은 긴장 완화, 명상, 창조성, 목적의식 같은 다양한 자극을 일으킨다. 뜨개질에 필요한 차분함, 집중력, 시각 및 촉각 자극은 최면 요법이나 가상 현실을 이용한 치료법과 유사하게 관심을 전환하여, 단기적으로 뇌에서 통증 생성이 차단되고 장기적으로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도움을 준다.

뜨개질 방정식을 구성하는 마지막 항목은 사회적 의미와 관련이 있다.
뜨개질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이 통증 완화에 미치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통증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라면 대화, 친목 도모, 웃음은 통증 완화에 큰 힘을 발휘한다.

뜨개질을 하며 한 올 한 올 실을 엮을 때마다 한 가닥 한 가닥 신경 회로가 새로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만성 통증은 복잡하게 꼬인 그런 매듭이라고 할 수 있고 만성 통증이라는 매듭을 이루는 여러 갈래의 실들은 스트레스, 관계, 불안감, 다른 건강 요인, 과거 경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성 통증을 제대로 다스리고 우리의 뇌와 신체를 안전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꼬여 있는 매듭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풀어야 한다.


심리적, 사회적 만성통증을 극복하기 위한 뜨개와 관련된 해법에 대한 내용을 읽고 나는 뜨개를 시작했다.

뜨개를 시작하며 왼손, 오른손을 협업하여 실 한가닥으로 한 올, 한 올, 한 코, 한 코 떠내려갈 때 거기에만 집중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한 코, 한 코 떠내려갈 때 그 작은 한 코를 놓치면 그 뜨개 작품 전체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기에 그 작은 한 코, 한 코에 집중하여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나는 경험했다. 뜨개질을 하는 그 시간들이 나의 뇌를 불안하게 하고 힘들게 했던 잡다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을 말이다.
뜨개질에 집중하다보면 아프지 않았다.
 

 

뜨개질을 시작하고  6개월 지났다.
이제 뜨개질은 내 생활의 일부이다. 푹 빠져버렸다.
아파서 시작한 뜨개질이지만 그 뜨개질이 통증을 덜 느끼게 해 줄뿐만 아니라 뜨개를 하며 가지각색의 실들을 만지는 것도 좋고, 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도 너무나 즐겁고 매력적이다.
어떻게 뜨개질을 안 할 수 있을까!
 
나처럼 심리적, 사회적 통증으로 힘든 분이 있다면 추천한 책을 우선 읽어보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하며 기회가 되면 '뜨개질'도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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