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가을, 약사언니는 휴가를 내고 무작정 차박 여행을 떠났다.
보통은 1박 2일로 떠나지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좀 긴 휴가를 내고 2박 3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가을은 차박 여행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계절이다.
아이들이 5살될 무렵부터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필요한 짐만 후다닥 챙겨 길을 떠났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말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주중에 힘들게 직장생활하고 육아와 살림까지 해야하는데 주말까지 아이들 챙기며 밥 해먹고 치우는게 힘들게만 느껴졌고 집에서 아이들과 딱히 놀아줄 것도 별로 없으니 왠지 더 지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들고 최소한 아이들이 차에서는 잠이라도 자니 우리 부부가 편했다. 나가면 맛있는 음식도 사먹을 수 있고 요리하고 치우고 설겆이하는 그 모든 노고와 시간이 생략되니 그나마 우리가 쉴 수 있었다.
우리는 늘 피곤했다. 그런데 밖에서는 오히려 힘이 나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탁트인 자연이나 놀이시설에서 뛰어놀고 구경하니 제대로 놀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주말이면 당연하듯 밖으로 나갔고 바쁜 일상덕에 여행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일단 차를 타고 나서 즉흥적으로 갈 곳을 정해 여행을 했다.
시간이 나면 바로 짐을 챙겨서 떠났다. 짐도 최소한으로 여행준비도 최소한으로 했다.
이렇게 약사언니와 변호사오빠는 즉흥적인 여행을 하게 되었고 그런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렇게 즉흥 여행을 하다보니 숙박예약도 힘들고 또 금요일 밤 늦게 출발하니 여행지에 거의 새벽에 도착하게되어 숙박하는 것도 숙박예약도 번거롭고해서 그냥 차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거의 7년여를 차박 여행을 해오고 있다.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리의 차박 여행은 순수하게 잠만 차에서 자는 여행이다.
몇 년 전만해도 차박 여행을 불편해서 어떻게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세상은 변한다. 요즘은 차박여행이 유행인것 같으니 말이다.
요즘 차박여행은 잠잘때 좀 더 편안하기위해 평탄화 작업도 제대로 하고 차 내부도 캠핑카처럼 예쁘게 꾸미며 특정 장소에서 캠핑하는 캠핑형 차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힘들게 먼 곳까지 간 여행이라 최대한 많이 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한군데 머물면서 짐을 풀었다 쌌다 하고 텐트나 차양막을 설치하고 캠핑을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해먹어야하는 캠핑형 차박은 번거롭게 느껴졌다.
또 캠핑형 차박은 아무래도 캠핑 용품들도 더 필요하고 짐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니 우리 부부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더 그랬다.
우리의 차박 여행은 최소한의 준비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내하는 매우 심플한 여행이다.
우리는 일상의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었고 많이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캠핑 도구나 기타 비용을 쓸 필요가 없었고 차박의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였다.
아침은 간단히 빵이나 우유, 과일로 떼우고 점심, 저녁은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사먹었다. 여행지의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상당히 컸다.
7년간 차박여행을 하며 많은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지 못해 참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차박 여행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첫번째 "차박할 준비를 한다"
준비물은 차(쏘렌토R), 밑에 깔 두툼한 매트와 충분한 이불, 베개, 쿠션, 창문 암막 커튼
저녁때 출발할 때는 샤워도 하고 잠 잘 준비를 모두 하고 떠난다.
두번째 "최소한의 짐을 챙긴다"
여벌 옷가지, 양말, 세면도구, 수건, 먹을 간식, 물, 기타 필요 용품
세번째 "여행지 및 차박지를 정한다"
출발하면서 여행지와 차박지를 검색하고 결정한다. 즉흥적으로 가는 여행이기에 차박지도 즉흥적으로 정한다.
우리의 차박지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전하고 화장실이 잘 갖춰진 곳을 찾는 것이다.
우선 여행할 곳의 오전 일정을 고려해 가급적 그 근처로 장소를 찾고 그 지역의 관광명소 중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갖춰진 곳을 고른다.
우리는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보통 2-3시간 거리의 여행지를 주로 정한다. 주로 남해안, 동해안 쪽으로 여행지를 정하는 편이다.
네번째 "식사는 가면서 차에서 먹거나 중간 휴게소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식사를 하고 출발하거나 도착해서 먹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피자, 김밥, 샌드위치 등등 먹을 것을 챙겨서 가는 동안 먹거나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우동, 맛있는 휴게소 간식거리들을 먹는다.
시간도 아껴주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섯번째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먹거리나 간식을 챙겨간다"
집에 있는 팩우유, 과일 등 먹거리나 도착한 여행지의 특산물 중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사서 다음날 아침에 차에서 간단히 먹는다.
아침은 간단히! 점심, 저녁은 여행지의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2박 3일 전체 차박여행 일정> (첫째날) 통영(저녁 : 충무김밥, 꿀빵 구입) → 거제도 학동 흑진주몽돌해수욕장(차박지) (둘째날) 거제도 바람의 언덕 →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장(점심 : 해물칼국수) → 여수(저녁 : 게장 정식) → 여수 돌산공원(차박지) (셋째날) 여수 돌산공원 주변 산책 → 여수 하멜등대(간식 : 달구나 아이스크림) → 순천 습지(갈대밭)(점심 : 꼬막 정식) → 순천만 국가정원 → 세종 |
우리는 금요일 저녁 6시가 좀 안되서 출발했다. 평상시보다 조금 더 일찍 떠날 수 있었다.
금요일 퇴근 시간과 겹쳐 차가 조금 막히긴 했다.
통영 도착해서 우리가 늘 먹는 충무김밥을 늦은 저녁으로 먹기로 했기때문에 허기는 간단한 간식으로 채운다.
밤 9시경 통영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항구 도시답게 항구의 밤 풍경도 낭만적이다.
늦은 밤 9시경 도착하여 중앙시장 부근 우리의 단골 충무김밥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문을 안 열었을까 걱정했으나 다행이 열어서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급하게 맛있게 먹느라 사진한장 찍지를 못했다.
주문을 하고 혹여라도 문 연 집이 없을까 신랑은 근처 꿀빵집에 가서 부랴부랴 꿀빵을 사왔다. 우리가 늘 먹는 집은 아쉽게도 문을 닫아서 다른 집 꿀빵을 사왔는데 다음날 먹어보고 역시 우리가 늘 먹던데서 샀어야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달달한 빵맛으로 그럭저럭 잘 먹었다.
맛있게 충무김밥을 먹고 꿀빵도 사서 첫날 차박할 거제도로 다시 출발했다.
첫째날 차박지는 거제도 학동 흑진주몽돌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주차장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괜찮았다.
잘 준비를 마치고 몽돌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몽돌을 밟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잠 잘 준비를 하며 평탄화를 하고 아이들 둘과 나는 뒷자리에 눕고 신랑은 앞 좌석을 최대한 눕혀서 눈을 붙힌다.
우리는 쏘렌토R로 차박여행을 다닌다. 차 뒤쪽은 아이 2명과 나까지 3명이 누워 자기에는 적당한 공간이다. 하지만 신랑까지 자기에는 어려우므로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고 눕혀서 잔다.
첫날의 밤이 깊어가고 우리는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파도소리, 몽돌소리가 들려온다. 내일 아침에 볼 풍경이 궁금하다.
아침해가 떴다. 바다의 일출 광경을 차에서 감상할 수 있다.
궂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차에 누워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차박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아침에 본 주변 광경은 더 예뻤다. 뒤로는 산, 앞으로는 수많은 검은 몽돌로 덮힌 예쁜 바다가 있었다.
주차장 앞이 바로 학동흑진주몽돌 해수욕장이다. 아침 바다는 냄새도 바람도 상쾌하고 좋았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바다 구경을 여유있게 실컷 할 수 있었다.
이래서 차박여행이 좋다. 눈뜨면 일출도 보고 바다고 그냥 나가면 볼 수 있다. 맘 먹으면 어디든 이대로 다음 여행지로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차에서 옷 갈아입고 바로 앞 화장실에서 양치, 세수하면 준비 끝이다. 짐을 풀 것도 쌀 것도 특별히 준비할 게 없으니 말이다.
오전 시간이 많아 얼마든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여유있게 하루의 시간을 여행지에서 보낼 수 있어 참 좋다.
이것 또한 차박여행의 큰 장점일 것이다.
아침식사는 미리 준비한 간단한 음식을 먹는다.
빵, 우유, 과일 등등...
없으면 근처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 왠만한 관광지에는 편의점이 대부분 있으니 먹는 건 문제없다.
이 날은 아침식사로 달달한 통영 꿀빵을 우유와 포도와 함께 먹었다. 어제밤 통영에서 산 바로 그 꿀빵이다.
우리가 늘 먹던 집에서 산 꿀빵이었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아쉽다.
다음 장소인 거제도 바람의 언덕으로 출발하며 여행의 대표 간식 도로변 찐 옥수수🌽 를 지나칠 수 없었다.
이렇게 여행지 길가에 파는 옥수수는 꼭 사먹는데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참 맛있다.
오전에 학동몽돌해수욕장에서 실컷 놀고 그 유명한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이 곳에도 이렇게 사랑의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바람의 언덕 올라가는 길, 거제 바다가 환상적이다.
역시나 바람이 많은 곳이라 바람소리도 크고, 풍차도 힘차게 돌아갔다. 몇 년 전, 이곳을 아이들과 왔을 때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던 염소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나보다.
이 곳 거제 바다색은 비현실적이었다. 맑고 짙은 청록색의 바다! 내가 참 좋아하는 색이다.
우리 딸, 바다 위를 유유히 가는 유람선을 바람을 맞으며 보는 뒷모습이 섬소녀같다. 왠지 육지 가고픈 아련한 소녀의 뒷모습같다.
예전에는 마스코트같은 염소가 살았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바람의 언덕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점심 시간이 되었으므로 맛난거 먹으러 가자!
여기서 점심먹고 오후 나절을 쉬어가야겠다.
해물, 문어와 칼국수의 조합, 간장게장, 새우장...
해물을 무지 좋아하는 나는 문어를 시작으로 새우장, 가리비, 조개 등등 다양하게 맛있게 챱챱~^^
최근에 탄수화물 줄이기에 전념중이었는데 여행와서 흔들리고 있다.ㅠㅠ
어쨌든 잘 먹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부근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오후 시간을 쉬어가기로 했다.
우연히 간 해수욕장이었는데 해변가 모래밭에 차박 캠핑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이미 많은 차들이 차박 캠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차장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참 좋았다.
느낌이 왔다. 이곳도 차박지로 참 좋은 곳이라는...
그리고 해변이 참 넓고 예뻤다. 우리는 이렇게 계획하고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다 우연히 멈춰서 좋은 곳을 찾아 여행한다.
차박 여행은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이 곳 바다는 너무나도 잔잔하고 맑고 얕아서 바지걷고 한참을 들어가도 무릎 아래로 물이 찰랑거렸다.
게다가 자연산 소라도 잡고 모래밭에 돗자리 펴고 누워서 두 눈을 감고 쇼팽의 녹턴과 파도 소리도 들으며 한참을 쉬었는데 이렇게 힐링될 수가...
변호사 오빠가 우산으로 햇빛을 가려줬는데 이럴땐 참 로맨틱한 남자다.
잔잔한 바다를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한참을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모래밭에 누워 바다소리와 햇살을 즐기며 쉴 수 있었다.
여수로 가는 길, 그곳 어디에서 우리는 또 밤을 보내게 되려나... 기대와 설레임으로 빛나는 석양을 바라본다.
여수의 저녁, 여수의 바다와 여수의 다리는 정말 남다르다.
밤이 내린 여수의 바다 풍경과 하늘, 야경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다.
여수 밤바다의 특별한 불빛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여수 밤바다의 아름다운 불빛과 석양을 보며 여수에서의 여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