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팔순이신 아빠를 위해 우리 네 딸들은 추억을 찾아 떠나는 온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코로나로 가족모임도 한동안 하지 못했고 매년 함께하던 여름 대천바다 해수욕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길은 날씨와 함께 기분이 달라진다.
기나긴 장마와 폭우로 눅눅했던 올 여름, 비가 그치고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햇살은 밝고 하늘은 파랗고 맑았다.
40대가 되고 사회적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은 후 이직을 하면서 나는 요즘 좀 행복한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이번 여행을 하는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파이어족도 젊을 때 열심히 돈을 모아 40대에 조기퇴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던데 40대가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좋은 나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할 일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나는 엄마로써 아이들에 대한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한결 여유로워졌다.
나의 시간이 생겼고, 40대가 되어 인생 2막을 시작한 약사언니는 이직 후 또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이전에 비하면 일적으로도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나름 자칭 파이어족과 같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있다.
아래 영상은 이번 여행 영상과 함께 40대가 인생 2막의 시작과 파이어족으로 살며 나를 찾고 행복을 찾아 살아가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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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팔순을 앞둔 아빠를 모시고 온 가족이 여행을 계획했다. 이 많은 식구들이 모두 움직이는 여행이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살아 생전 언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여행을 시작했다. 몸이 편치 않으신 엄마가 함께 하지 못하는 여행이라 못내 아쉽지만 억지로 되는 것이란 없다.
숙소를 정하고 회비를 걷고... 나머진 그때 그때 해결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어떤 여행이 될지 모르지만 떠나는 시간, 그 마음은 기대가 가득하다.
이번 여행의 일정은 아래와 같다.
<첫날> 경상북도 영주 → 동해 망상해수욕장 → (숙박) → <둘째날> 동해 망상해수욕장(오전) → 강원도 속초(점심식사 : 이조면옥) → 강원도 거진 → 강원도 화진포(화진포 해수욕장 해수욕) → 강원도 속초 (속초중앙시장 장보기, 저녁거리 사서 저녁식사, 숙박) →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 |
총 3팀이 각지에서 여행지로 출발하기로 하고 우리팀은 가장 먼저 출발하여 3시간여를 달려 경북 영주로 향했다.
내 어린 시절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동네다.
집 마당과 대문과 대문 밖 골목과 구석구석 골목길들, 집 근처 영주 강가의 강둑, 모래밭, 흘러가는 강물, 해질녁 주황빛으로 부서지듯 빛나던 강물...이유없이 바라보며 감성에 젖었던 그 강물들... 동네 2층 양옥집에 살던 학교 친구, 아침마다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던 동네 피아노 학원과 외상을 달아놓고 드나들던 동네 슈퍼..
나에게 남아있는 끝없는 추억들을 그 곳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다.
영주에 도착해서 나는 가본 적 없으나 언니들의 추억의 쫄면집인 중앙분식집을 가보기로 했다. 당시 영주여고를 다녔던 언니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곳인가보다.
어쨌건 시내 어딘가에 있는 중앙분식에 도착해서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어렵게 쫄면을 먹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그저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뿐 그 맛이 추억 속 그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쫄면을 맛있게 먹고 가끔은 눈물나게 그리웠던 옛 집과 그 강변으로 향했다.
옛 집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 골목길인 것 같은데라는 느낌은 있지만 확신이 없었고 옛 집이 있던 곳인 것 같은데 그 때의 그 파란 녹슨 대문과 시멘트 벽돌로 쌓은 담벼락은 없어진 것이다. 크지 않았던 마당과 알뜰하고 소담했던 텃밭 위로는 새로 지은 집이 있었다.
사람들도 집들도 다 변했다. 지금은 살지 않을 나의 친구들의 집들과 그 골목길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동네 슈퍼, 미용실, 피아노학원이 있던 곳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건물과 집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집 옆 작은 골목과 아직도 그대로인 앞 집과 동네 어귀의 집들, 그리고 그 동네의 느낌은 그대로인 듯 했다.
그리고 주일마다 새벽마다 성경공부도 하고 예배를 드렸던 그 옛날에는 종탑도 있어 새벽에 교회 종소리도 들을 수 있었던 교회와 나의 초등시절의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그 초등학교는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그것으로도 눈물나게 감사하다.
그리고 옛 집에서 영주천 강변으로 가는 길도 옛 느낌 그대로였다.
추운 겨울 펑펑 쏟아지던 눈울 맞으며 뛰어놀던 길과 이른 아침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을 새벽같이 일어나 동생과 살포시 발로 밟아주었던 그 큰 길, 갓 자전거를 배우고 열심히 다니던 큰 길에서 강변으로 올라가던 길, 강둑길, 그 강, 다리...여전했다.
어린 시절 모래밭에서 모래집을 짓고 불을 피워 메뚜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팬티바람으로 냇가에서 물놀이 하고 엄청나게 쏟아진 폭우로 강둑까지 차올라 흘러가던 누런 흙탕물의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2층 양옥집 살던 친구집 2층방에서 쳐다봤던 그 모든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니 놀랍다.
이 모든 기억은 그 시절, 그 곳에서 함께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추억한다는 것은 함께한 시간과 공간을 기억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영주에서의 추억여행을 마치고 3팀이 모두 합류하여 동해 망상해수욕장으로 출발~~!
해수욕장 부근 펜션에 밤 늦게 도착하여 밤새 온 가족이 도란도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해수욕장을 가니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동해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망상해수욕장은 예상지 못했다. 이렇게 바다가 예쁘고 잔잔하고 투명한 청록색의 바다라니!!!
신랑에게 말했다. 다음 여름 해수욕은 꼭 여기로 오자고~!!!
넓고 깨끗한 하얀 모래밭과 청명하고 잔잔한 바다...너무나 좋았다.
해수욕하기 좋은 바다였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오전을 망상해수욕장 바다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고 속초로 향했다.
속초에서는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약사언니와 변호사오빠가 속초에 가면 항상 먹는 것이 있다.
이조면옥의 냉면
항상 속초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다. 매번 먹어도 늘 맛있게 먹는다. 저기 저 붉은 명태식혜가 참 맛있다.
달짝, 쫀득한 명태식혜와 얇고 쫄깃한 면을 시원하게 먹고 중간중간 주전자에 담아주는 따뜻한 육수 국물을 마셔주면 속이 싹 풀리는 듯하다.
이렇게 대가족이 맛있게 냉면을 먹고 내가 태어난 그 곳, 그리고 언니들의 어린시절 추억이 있는 그 곳으로 바로 출발했다.
거진은 관광으로 많이 가는 곳은 아니다. 거진항에서 물회를 맛있게 먹을 수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곳에서 태어났고 언니들은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쌓았다.
아름다운 동해바다 옆 도로를 드라이브하며 그 바다색에 푹 빠지고 시원한 바다바람에 속이 뻥 뚤린다.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태어났던 아직 그대로 있는 옛 동네와 집을 보며 나의 역사를 다시 마음에, 또다른 추억으로 남겨두었다.
거진을 뒤로 하고 언니들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 크게 남아있는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언니들의 기억 속에 화진포 해수욕장은 자주 갔던 바다, 즐거운 추억이 많은 바다였다.
여기에서 더운 여름 날씨에 시원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해수욕을 하기로 했다. 바다로 풍덩!
한참을 시원하게 해수욕 하며 더 즐거웠던건 발가락으로 모래를 조금만 파도 조개가 하나씩 나왔다. 살아있는 조개가 말이다. 어찌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요렇게 한 그릇 조개를 잡아 다음날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다.
오후 나절 해수욕을 하고 숙소가 있는 속초로 향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만석닭강정, 이것저것 맛있는 먹거리들을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많은 가족들이 움직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지만 함께 아빠를 모시고 추억의 장소를 가보는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둘째날, 숙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인제 자작나무숲에 들르기로 했다. 자작나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여서 참 기대됐다. 물론 겨울에 가면 더 멋있을 곳이지만...
가는 길에 예전에도 종종 보았었는데, 인제 용대리 인공폭포를 보았다.
강원도에 들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항상 보았지만 이름을 찾아보진 않았는데, 여기가 용대리 인공폭포라고 한다. 마치 동물이 물을 뿜어내는 듯하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입구부터 자작나무로 장식을 해 놓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의 하얀 나무껍질이 너무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좀 지치긴 했다. 시원한게 너무 먹고 싶어서 내려오자마자 근처 카페에서 시원한 빙수 한 그릇을 먹으며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더운 여름 역시나 빙수가 우리 입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네...
이렇게 이번 가족여행을 마치며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에 감사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 시간들 또한 우리 가족들에게 또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언제 다시 이런 시간들이 올 지 알 수 없다.
지나간 과거의 추억들과 시간들을 새로운 기억으로 남기고 우리 그동안 무사히 잘 살아왔음에 감사하며 남아있는 시간들을 또 잘 살아보자 다독이는 그런 여행이었다.
우리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